아버님을 잘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주홍색연구입니다.
제 개인사를 적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중에 아버님이 아프신 소식을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셔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작년 여름부터 투병중이셨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췌장암 진단을 받으시고 항암중에 결국 암세포가 퍼지는 바람에 버티질 못하셨네요.
어떻게든 이겨내고자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남한테 피해주기 싫어하시는 성격으로 자식들에게 미안해 하시며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드실려고 하셨고 운동도 하시려고 하였으나 이미 쇠약해진 몸상태가 항암을 견디기가 어려우셨네요.
30년전에 췌장 물혹제거 수술이후 별 문제 없이 잘 지내오셨습니다. 다만 의사 선생님께서 이후 만성췌장염이 오래 되셨을거라 하시더라구요.
결국 만성췌장염이 암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23년도쯔음부터 조금씩 살이 빠지시고 좋아하시던 고깃국도 싫어하시고 소화가 안되던 이벤트도 발생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18년도에 받았던 협심증으로 인한 심장혈관 스텐트 상황과 흡사했기 때문에 심장 문제로만 보았거든요.
24년도 들어서 농사짓는 아버님께서 부쩍 피곤을 느끼시고 힘이 들어가지 않음을 얘기 하신적이 있습니다. 영양제도 부탁하실 만큼 힘드신것 같았는데요.
저희는 연세가 드심으로 인해 살이 자연스레 빠지시고 한줄 알았는데 그 부분을 놓친것이 지금도 후회가 많이 됩니다.
저희 아부지는 농사를 지으셔서 저 또한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갈때가 많았습니다. 혼자 계셨기때문에 더 살펴드릭고자 한것도 있었는데 결국은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항암은 서울보다는 집과 가까운 원주세브란스에서 이동기 교수님께 받았습니다.
강남세브란스에 계시다가 정년퇴임후 젊은시절에 계셨던 원주로 오신걸로 알고 있는데 병원장인 백순구 교수님과도 친구사이로 원주 세브란스를 위해 오신것 같았습니다.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는건 쉽지않은 일일텐데 이동기 교수님은 환자를 배려해주시고 따뜻하시고 열정적인
분이셨습니다. 아버님과 저또한 교수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덕분에 힘든 상황이였지만 열심히 항암받고 이겨내고지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환자와 보호자를 생각해주셨던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더 어른이 되어감을 느꼈습니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한분한분 볼때마다 아버지와의 일들이 떠올라 눈물이 계속 나더라구요.
참 아부지께서 잘 사셨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잘몰랐지만 이제는 단순한 장남이 아닌 우리 가족을 이끄는 큰어른으로 동생을 챙기고 가족들을 아우러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깁니다.
아부지가 많이 보고 싶을것 같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출근길, 저녁 퇴근길에 전화하며 잘 계신지 확인하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라고 말씀해주셨던 아버지인데 전화를 받지 않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을 잘 추스리고 동생과 잘지내고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길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